위치





근래에 부쩍 내가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느껴왔다. 그렇게 우울하고 조급하고 겁많고 소심하던 이십대를 훌쩍 지나와 이제야 비로서 자유롭게 살고 있다고 느껴왔다. 늘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직장문제는 그냥 편하게 생각하면서 현명하게 내 삶에 통합시키기로 마음먹은지 오래고, 항상 부족함과 부끄러움을 느끼는 작품활동은 여전히 마뜩찮긴 하지만 그래도 예전처럼 그리 조바심 치지 않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만큼을 하는 것이라고 스스로를 달래 왔다. 그안에선 오히려 더 이방인 같이만 느껴지던 가족에 대해서도 보다 관대해 졌다고 생각한다. 가족과 잘 지내는 길을 찾는 것은 오히려 내 삶에 안정감을 준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 요즈음이다. 연애또한 순조롭다. 늘 확신없던 연애관계, 혹은 순간적이고 단발적인 욕망과 쾌락으로 점철됐던 연애공포증은 지금의 파트너로 인해 완전히 사라졌다. 더불어 내 사회적 위치, 동료들과의 관계, 여러방면의 네트워킹, 나의 성적 지향마저도 크게 나를 자극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무려 살이 찌기 시작했다. 30대 후반의 몸이라는 것은 한번 찌면 되돌릴 수 없는 것이라고(봄날아줌마 빼고) 단단히 주의를 받았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유와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나의 노력으로만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또한 느끼고 있다. 조금 편안해진 삶 때문에 그렇게 지겹게 이를 악물어 왔던 모든 것들을 그간 잊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기 시작했다. 긴장을 늦추고 조금 여유를 부리며 행복하게 살고 싶었던 것 뿐인데, 곳곳에서 제동이 결려 온다. 세계적 지형과 국가정권의 문제 같은 것은 너무 눈에 보이도록 맛이 가있으니 아예 두손두발을 다 들어버렸다고는 해도, 여전히 사회적 시선과 내안의 타자들, 그리고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망속에 걸려드는 이해 불가능한 심리적 폭력들이 그렇다. 왜 잊고 살았던 거지?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다시금 선명해 진다. 대면하고 인식한 후에는 어쩔것인가. 다시 싸우는 삶을 살 것인가, 혹은 웃음으로 넘길 수 있는 내면의 힘을 다질 것인가. 그렇게 치면 갈등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은 나 역시 그들과 같은 셈이다.

위의 사진은 지난 일요일 당일치기 전주여행중 발견한 풍경이다. 한옥마을 근처의 골목을 누비다가 여긴 마치 베이징같아! 라고 호들갑을 떨며, 한번도 가보지도않은 베이징에 대한 동경을 드러내고 말았다..그러면서  전주같은 지역의 소도시, 혹은 베이징같은 과잉과 모순으로 터져버릴것 같은 메가폴리스에서 새롭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정주하는 삶의 안락함에 취해 잊고 있었던, 유목의 근성, 혹은 이제는 완치 된 줄 알았던 elsewhere병이 슬슬 재발하려는 기운이 느껴진다. 종일 부산한 마음을 가눌길이 없어 그저 몸을 뉘이고만 싶어졌다.


p,s. 인생의 길을 제시해 줄 것 같은 포스를 풍기던 부동산. 컴퓨터의 바탕화면을 이것으로 바꾸었다.
by siren | 2009/04/29 04:56 | t/here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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